
문문재인 전 대통령, 유튜버 데뷔
지난 17일 저녁 갑자기 인터넷이 뜨거워졌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유튜브 채널을 열었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전직 대통령이 직접 유튜브를 시작한 건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채널 이름은 평산책방.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 있는 사저 옆 작은 책방에서 이름을 따왔다. 원래는 퇴임 후 지역 주민들과 책으로 소통하려고 만든 공간이었는데 이제 그 공간이 온라인으로 확장된 셈이다.
첫 영상 제목은 시인이 된 아이들과 첫 여름 완주였다. 영상 길이는 33분 정도인데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 지금은 목포대 특임교수과 함께 나란히 앉아서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전부다. 화려한 편집도 없고 자막도 최소한인데 이상하게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 특유의 부드럽고 차분한 목소리와 탁현민 교수의 재치 있는 진행이 정말 잘 어울렸다.
영상에서 가장 먼저 소개된 책이 이제는 집을 간다라는 청소년 시집이었다. 이 시집은 경남 청소년회복센터에서 생활하는 아이들 76명이 쓴 작품을 모은 거다. 청소년회복센터는 소년보호재판에서 보호위탁 처분을 받은 아이들이 가정으로 돌아가기 전 지내는 곳이다. 대부분 가정폭력 학대 방임 등을 겪은 아이들이라고 한다. 그런 아이들이 2년 동안 시를 쓰고 또 쓰면서 마음을 치유해가는 과정을 담은 책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책을 읽으면서 눈시울이 붉어지셨다고 한다. 특히 한 아이가 쓴 시를 직접 낭독하는 장면에서 목소리가 살짝 떨리는 게 느껴졌다. 대통령 재임 시절에도 아동 학대 문제에 누구보다 진심이었던 분이라 그런지 이 책을 소개하면서 정말 진심이 느껴졌다. 탁현민 교수도 아이들이 시를 통해 얼마나 큰 성장을 했는지 조곤조곤 설명해주는데 듣다 보니 나까지 가슴이 먹먹해졌다.
두 번째로 소개된 책은 첫 여름 완주라는 에세이집이었다. 이건 또 다른 청소년 회복센터 아이들이 쓴 글을 모은 거다. 여름방학 동안 글쓰기 캠프를 하면서 완성한 작품들이라고 한다. 문 대통령은 이 책을 읽고 나서 아이들이 이렇게 예쁘게 글을 쓸 수 있다는 게 놀랍다고 하셨다. 사실 퇴임 후에도 이렇게 청소년 관련 책을 꾸준히 읽고 추천해주시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다.
영상 중간중간에 평산책방 내부 모습도 살짝 나온다. 나무로 된 따뜻한 인테리어에 책이 빼곡하게 꽂혀 있고 창밖으로 보이는 평산마을 풍경이 참 평화롭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공간을 주민 누구나 와서 책 읽고 차 마실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하셨다. 실제로 지역 어르신들부터 아이들까지 자주 찾는 사랑방이 됐다고 한다.
탁현민 교수는 문 대통령에게 농담처럼 구독자 100만 되면 뭐 해줄 거냐고 물었다. 문 대통령이 웃으며 그건 좀 어렵지 않냐고 하시는데 그 표정이 정말 귀엽다. 그러면서도 구독과 좋아요는 꼭 좀 부탁드린다며 살짝 홍보도 하시는 모습이 재밌었다. 전직 대통령이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부탁하는 모습 처음 보니까 신기하면서도 정감이 갔다.
사실 문재인 대통령은 퇴임 후에도 참 조용히 잘 지내셨다. 가끔 페이스북에 글 올리시거나 책방에서 독자들 만나고 그렇게만 사셨는데 이번에 유튜브까지 시작하신 건 정말 큰 변화다. 아마도 책으로 사람들과 더 많이 소통하고 싶으셨던 마음이 컸던 것 같다. 특히 어려운 환경에 있는 아이들 이야기 청소년들의 꿈과 희망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으셨던 거겠지.
영상 댓글도 벌써 몇 천 개가 달렸다. 대부분 놀라움과 응원의 메시지들이다. 오랜만에 뵙게 돼서 반갑다 건강하셔서 다행이다 대통령님 목소리 너무 그리웠어요 같은 댓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 물론 정치적인 의견들도 섞여 있지만 대부분은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애정이 아직도 이렇게 많다는 게 새삼 놀랍다.
개인적으로 이 채널이 계속됐으면 좋겠다. 매주 아니면 격주로라도 이렇게 조용하고 따뜻한 대담이 올라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정치 이야기는 거의 안 하시고 책이랑 사람 이야기가 중심이니까 부담 없이 볼 수 있다. 요즘 유튜브가 너무 시끄럽고 자극적인 콘텐츠 천지인데 평산책방 같은 채널이 딱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이 추천해주신 두 권의 책 나도 바로 주문했다. 특히 이제는 집을 간다는 내일 도착한다고 하니까 기대된다. 아이들이 쓴 시를 읽으면서 나도 조금은 마음을 치유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여러분도 시간이 되시면 평산책방 채널 한 번 방문해보세요. 구독과 알림 설정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대통령님께서 직접 부탁하셨으니까요
전직 대통령이 유튜버가 되는 시대가 왔다. 그것도 이렇게 따뜻하고 의미 있는 콘텐츠로 시작하다니 정말 멋지다. 앞으로 어떤 책들을 소개해주실지 어떤 분들과 대화를 나누실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평산책방 채널 많이 사랑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