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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고향으로 만들고 싶었던 샌프란시스코 여행

by 정보수사대 2025. 2. 23.

 

고향으로 삼고 싶었던 샌프란시스코 여행

안개에 쌓인 금문교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던 그 순간, 나는 이 도시와 사랑에 빠졌다는 것을 직감했습니다. 2025년 1월, 겨울이지만 따스한 캘리포니아의 햇살이 반기는 샌프란시스코에서의 20일은 제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여행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현지인들이 애정을 담아 'SF'라고 부르는 이 도시는, 제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다채롭고 매력적인 곳이었습니다. 저에게는 사실 NBA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있는 지역으로 더 각인이 되어있습니다.

 

노스비치에서 시작된 나의 SF 라이프

처음 3일간 머물렀던 노스비치는 마치 이탈리아와 같아서 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곳이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100년 넘은 살루미 가게인 '모리나리 델리카트슨'이었는데, 4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다고 합니다. 가게 주인인 마크와의 대화는 이 동네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역시 지역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최근 정보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이야기 중 귀여웠던 부분이 있었는데 마크는 매일 아침 커피를 마시며 이탈리아 할머니들이 길거리에서 수다를 떠는 모습을 보는 것이 자신의 소소한 행복이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저도 그의 추천으로 방문한 카페 트리에스테에서 현지 주민들이 그가 말한대로 있는 모습에 웃음이 지어졌습니다. 여유있는 여행으로 진정한 노스비치의 아침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작은 언덕'들이 품은 이야기

샌프란시스코의 42개 언덕은 각자의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러시안 힐에서 본 도시 전경은 압도적이었는데, 특히 일몰 무렵에 방문했을 때의 풍경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이곳에서 만난 사진작가로 활동 중인 제이슨은 "샌프란시스코의 진정한 매력은 안개가 도시를 감싸고 있을 때 시작된다"고 말했습니다. 상상을 해보니 정말 멋있을 것 같아 실제 그의 말대로 날씨를 확인하여 아침 안개에 쌓인 도시의 모습을 보러 다시한번 올라갔는데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았습니다.

 

미션 지구에서 발견한 컬러풀한 삶의 이야기

발렌시아 스트리트를 걷다 보면 거리 예술가들의 열정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발렌시아 스트리트의 벽화들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그래피티가 아니었습니다. 이 지역이 가진 역사와 문화를 담아낸 살아있는 박물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클라리온 앨리에서 만난 멕시칸 벽화가 마리아는 "우리의 벽화는 우리의 목소리"라고 신념을 밝혔습니다. 자신이 그린 벽화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를 열정적으로 설명해주었습니다. 마리아의 예술 철학을 들은 다음 그녀의 안내로 들른 작은 타코 가게에서 맛본 수제 타코는 지금까지 먹어본 멕시칸 음식 중 최고였습니다.

 

헤이트 애쉬버리의 히피 정신을 만나다</>

60년대 히피 문화의 중심지였던 헤이트 애쉬버리는 여전히 그 시절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Amoeba Music'이라는 레코드 샵이었는데, 이곳의 직원인 톰은 30년간 이 가게에서 일하며 목격한 음악씬의 변화를 생생하게 들려주었습니다. 그의 추천으로 구입한 1967년 'Summer of Love' 시절의 빈티지 LP는 지금 제 방의 가장 귀중한 소장품이 되었습니다. 한국으로 무사히 가져오는데 애를 먹긴 했습니다.

 

피어 39에서 만난 특별한 주민들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피어 39에는 특별한 주민들이 있습니다. 바로 귀엽고 큰 바다사자들입니다. 현지에서 해양생물학자로 활동 중인 사라와 함께 이들을 관찰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1989년 롬프리터 지진 이후 이곳에 정착하기 시작한 바다사자들은 이제 피어 39의 상징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제는 마스코트라고 할 수 있죠. 특히 새벽에 찾은 피어 39에서 본 바다사자들의 모습은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한 광경이었습니다. 샌프란시스코는 새벽에 좋은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는 여행지였습니다.

 

골든게이트 브리지, 그 이상의 이야기

다들 금문교에 대해서는 알고 있을겁니다. 안개가 자주 끼는 금문교를 제대로 보기 위해 5일 동안 매일 아침 프레시디오를 찾았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러닝 크루의 (이름은 잘 생각이 안나네요.) 멤버들은 제게 다리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숨은 포인트를 알려주었습니다. 바로 배터리 스펜서에서 본 금문교 일출은 그야말로 압권이었습니다. 5일 동안 매일 가다보니 우연찮게 다리 관리팀에서 30년간 일했다는 마이크와의 만남은 금문교에 대한 많은 이야기와 정보를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중에 특히 다리의 색깔이 '인터내셔널 오렌지'인 이유부터 페인트 작업이 일 년 내내 진행된다는 사실까지 꽤나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차이나타운의 숨은 골목에서

관광객들로 붐비는 그랜트 애비뉴를 벗어나 스톡튼 스트리트의 골목길로 들어서면 진짜 차이나타운을 만날 수 있습니다. 우리가 TV로만 만나던 진짜 차이나타운을 말입니다. 새벽 5시에 열리는 전통 시장에서는 현지 중국인들의 생생한 일상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80대 노부부가 운영하는 딤섬 가게는 잊지 못할 맛을 선사했습니다. 주인 할머니는 40년간 같은 방식으로 딤섬을 만들어왔다고 하였는데 역시나 지나온 시간만큼 그 정성과 전통 그리고 할머니의 노하우가 고스란히 맛에 담겨있었습니다.

 

알라모 스퀘어의 특별한 만남

빅토리안 양식의 건물들로 유명한 알라모 스퀘어에서는 뜻밖의 행운을 만났습니다. 이곳에서 20년째 살고 있다는 건축가 데이비드를 통해 'Painted Ladies'의 숨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각 집의 색깔 선정부터 보존을 위한 주민들의 노력까지, 관광 가이드북에서는 볼 수 없는 진짜 이야기들이었습니다. 특히 그가 들려준 1906년 대지진 이후 이 지역의 재건 과정은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 같았습니다. 그 어떤 재난영화도 이곳의 대지진과는 견줄 수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페리 빌딩의 미식 탐험

로컬푸드의 식도락 천국인 페리 빌딩은 매일 새로운 맛의 발견을 경험 할 수 있었습니다. 40년간 이곳에서 치즈 가게를 운영해온 마사 할머니는 제게 캘리포니아 치즈의 역사를 들려주었습니다. 특히 포인트 레예스의 블루치즈에 얽힌 이야기는 인상적이었습니다. 치즈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야기를 듣고나면 안 살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토요일 파머스 마켓에서는 현지 농부들과 직접 대화하며 신선한 식재료를 고르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었습니다.

 

캐스트로의 다채로운 문화

LGBTQ+ 커뮤니티의 중심지인 캐스트로는 포용과 다양성의 상징이었습니다. 하비 밀크 플라자에서 만난 인권운동가 토마스는 70년대부터 이어져 온 이 지역의 역사와 변화를 생생하게 들려주었습니다. 특히 매년 6월 프라이드 행사 때의 이야기는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이 흥미로운 내용이었습니다. 캐스트로 극장의 오래된 오르간 연주자 잭과의 대화는 이 지역의 예술적 전통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마지막 날의 특별한 순간

이제 아쉽게도 출국을 하루 앞두고 샌프란시스코를 충분히 느끼기 위해 찾은 베이커 비치에서는 이곳의 마지막 순간을 특별하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여행이 마무리 되는 일몰을 기다리며 만나게 된 현지 서퍼들과의 대화는 이 도시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하게 해주었습니다. 특히 30년째 이곳에서 서핑을 한다는 마이크의 "이 도시는 날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는 말이 깊이 와닿았습니다. 30년을 산 토박이인데도 매일이 다르다고 말한다는 것은 그만큼 이곳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말이었습니다. 부서지는 파도 소리와 온 몸을 감싸는 따뜻한 석양이 만드는 로맨틱한 순간은 제 마음속에 영원히 남을 것 같습니다. 딱히 무언가를 하지 않더라도 한번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일간의 샌프란시스코 여행은 그야말로 평범함이 주는 특별함이었습니다. 말이 어려울 수 있는데 일상을 보내면서 매 순간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도시였습니다. 그리고 매번 만난 좋은 사람들의 여행객에 대한 친근함과 이야기들은 이 도시가 품고 있는 다양한 문화와 역사를 알게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샌프란시스코에 대한 저의 세계관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특히 새벽 냄새를 물씬 풍기는 안개 낀 아침부터 바다에서 느껴지는 약간 비릿한 냄새와 피부에 느껴지는 따스하고 화려한 일몰까지, 샌프란시스코의 모든 순간이 특별했다고 자부하고 싶습니다. 이제 이 도시는 제게 "한번 가본 곳"이 아닌, "다시 돌아가고 싶은 제2의 고향"이 되었습니다.